굿 이브닝 콘서트 공연 후기 1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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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콘서트 공연 후기

행사일시:2017. 8. 30. () 19시 30분

행사장소따뚜야외소공연장

행사명굿 이브닝 콘서트
 

 

 

유난히 바쁜 수요일이었다. 많은 서류를 정리하고 퇴근한 날
아이의 작은 투정을 받아줄 기운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다행히 남편은 일찍 퇴근했다
그래서 함께 콘서트를 가자고 하는 나에게 싫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콘서트 장으로 향했다.

 

 

 


낮에만 보던 공연장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색이 변하는 불빛으로 아주 감성적인 분위기였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으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보였다
내 앞에는 아이도 보였다.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공연장에 가는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고, 공연 시작한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공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는 엄마하고 불렀고, 그 한마디에 아이 엄마는 아이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하는 아기와 함께하는 음악회라는 홍보물을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서는 아이가 운다고 눈치주지 말기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정말 좋았다. 요즘 엄마들은 민감해진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눈치를 많이 본다. 음식물 반입을 시키지 않고 관람 예절을 지키며 감상하는 음악회도 물론 필요하지만 엄마와 아이들도 편하게 음악 공연을 관람하고 그것이 용인되는 자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문화 이방인이 되지 않게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 플러스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첫무대에 공연을 했다. 귀에 익은 미드의 주제곡도 있어서 재미있게 들었다. 동시에 오르내리는 현악기의 모습은 다뤄본 적이 없는 내게 오늘도 신비하게 다가왔다. 이 오케스트라는 봉사 연주도 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존경스러웠다. 이렇게 공연을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텐데 기쁘게 음악을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는 일은 보람 있는 일 같다. 공연 도중에 지휘자가 관객의 손을 끌어 데리고 나왔더니 전문 지휘자처럼 지휘를 하셨고, 옆에 계시던 일행은 음악에 맞춰 춤도 추셨다.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얼마 전에 동생이 할머니들만 하시는 그런 기분 좋은 일들 있잖아. 그게 없어지는 것 같아. 나중에 보고 싶으면 어쩌지.”하고 걱정하는 말을 했었다. 그런 것 같다. 관객도, 연주자도 기분 좋게 해주는 흥을 표현하는 행위들, 이런 것들도 문화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흥 많으신 분은 다음에 출연하셨다. 6090합창단이셨다. 60세에서 90세까지 시니어들이 모인 이 합창단은 언뜻 보아도 40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이 분들이 노래를 하시는데 사실 깜짝 놀랐다. 남자 분들은 중저음의 멋진 남자 목소리가, 여자 분들은 청아한 여성의 색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엄마의 목소리로만 3년을 살다보니 내가 여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정말 열심히 부르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목소리도 누군가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로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다음 공연은 아저씨들께서 취미로 하시는 원주 남성 합창단이었다. 취미로 하시는 공연치고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공연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 멋짐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요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시는 옆집 아저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저렇게 멋진 아저씨들이라면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단원들을 모집한다는 말에서는 남편이 생각났다. 무슨 곡이든 한번 들으면 계이름으로 바꿔 말하는 능력을 가진 남편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라서 항상 아깝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남편도 이 멋진 남성 합창단 속에서 멋진 취미 생활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공연에서도 앞서 출연하신 할머니께서 출연하셔서 멋진 춤을 춰주셨다.

 



 

 


다음 출연자는 멀리서 오셨다는 그룹 돌멩이였다. 사고가 있으셨는데도 나와 주셨다. 원래 두 분 다 기타 연주를 하시는데 기타는 치지 못하고 노래만 하시겠다고 했는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노래하시면서 흥겨워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고, 내가 알고 있는 남학생이 생각나서 웃음이 지어졌다. 그 학생도 밝은 성격에 노래를 좋아하고 또 잘하는 학생이었는데 지금 어딘가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이 그룹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원주 남성 합창단의 앵콜 공연으로 굿이브닝 콘서트가 마감되었다. 오늘,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구두를 신고, 사람을 바라보고, 좋은 소리를 듣고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굿 이브닝 콘서트는 927 극단 치악무대의 공연이 있을 예정

사진 문화자원봉사자 ‘1inch’ 주선아

 

※ 이 글은 문화자원봉사자 ‘1inch’가 체험하고 작성하여 올린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