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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기원 개인전

    • 공연/행사 기간 2019-11-01 ~ 2019-11-09
    • 공연/행사 시간 오전11시~오후6시
    • 공연/행사 장소 후 미술관(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비야동길 10-12)
    • 가격정보
    • 공연/행사 문의 010-4014-7488
    • 작성자 윤기원
    윤기원 개인전 <FRIENDS-Wonju>

    얼굴을 위한 파노라마_윤기원 작가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그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으레 해와 꽃, 나무와 집 그리고 가까운 이의 얼굴을 그린다. 얼굴을 그린다는 것. 그것은 타인의 존재를 자발적으로 정의하고 묘사하는 행위다. 아울러 그가 내게, 내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의미를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과정이다. 윤기원 작가는 오래도록 아끼는 이들의 얼굴을 꾸준히 캔버스에 담아왔다. 그림 속의 찬란한 얼굴들. 그것들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작가는 오래 전부터 조용히 이해하고 되새겨 온 듯하다.

     

    친근하지만, 결코 쉬이 그려진 그림은 아니다. 사실적인 묘사 대신 이목구비의 특징을 압축한 조형, 어느 맑은 아침 창문을 열듯 주저없이 슥슥 뻗은 윤곽선이 호쾌하다. 초상화에선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의 정수가 어슴프레 느껴진다. 한 얼굴 안에 선과 선, 색과 색이 구획을 나누고 접경한 모습은 오묘한 긴장감을 잣는다. 대상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야말로 그의 초상화에 깃든 강력한 힘이다.

     

    제 주변의 인물들을, 그 중에서도 특히 그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저와 관계된 사람들이죠. 저와 만나고 지나쳤던 시간 속에는 그들 각자의 삶이 있고, 역사가 존재하죠. 이들의 초상화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그의 작품에선 다분히 팝아트다운, 대중적인 디자인 요소가 눈에 띈다. 동양화의 먹선에서 따온 외곽선, 총천연색 만화책의 한 페이지를 찢어낸 듯한 강렬한 원색은 그의 지인들에게 전례 없는 개성을 부여한다. 머플러, 선글라스 등 그들 하나하나를 상징하고 기억해낼 액세서리들과 함께 말이다. 이처럼 주변인들의 얼굴을 독창적인 선과 색으로 재현하는 그의 작업 스타일은 지구 여러 국가의 예술가들과 함께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면서 작업한 작품 <민주주의>에서 잘 나타난다. 다양한 얼굴색과 포즈, 개성 넘치는 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그 풍경은 어찌 보면 우리가 멀고 어렵게만 생각해왔던 민주주의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단순화의 미학. 비단 기법뿐만 아니라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는 태도에서도 윤 작가의 타고난 쾌활함이 배어 있다.

    단순하고 대담한 외곽선이 대상을 요약한다면, 작품을 완전히 매듭짓는 건 비비드한 컬러다. 자연색과는 전혀 다른, 즉물적이고 거침없는 채색은 분명 작가의 눈이 아닌, 그가 받았던 인상에서 뻗어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표정이 머금은 감정의 단서를 옹졸하게 묘사하기보다, 작가는 쿨하게 한 발 멀어진 채 여유있게 대상의 속성을 탐색한다. 그림에는 인물에 대한 작가의 시선뿐 아니라 작가와 인물과의 관계, 대상에게 품는 느낌이 담뿍 묻어있다. 윤 작가의 작품에서 종종 나타나는 의상의 패턴, 소재와 질감, 음영의 묘사는 어쩌면 인물을 바라보며 작가가 느꼈던 감탄과 소회를 일종의 디테일로 덧붙인 게 아니었을까.

    그림 속의 인물들은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또 우러러보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결국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그들과 더 속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함인 것 같아요.”

    윤 작가는 수년째 강원도 원주시의 한 마을에서 동료 작가들과 함께 아트 스튜디오를 열고 수년째 예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한, 예술이 지역 사회와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요즘은 공셸 유튜브 채널의 전시 소개 프로그램 '윤기원의 아트스톡'(www.youtue.com/c/gongshalltv)을 진행 중이다. 전시 오픈한 갤러리를 직접 찾아가 작품 속에 담긴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술 세계를 공유하기 위함이다. 언젠가는 그가 만난 동료 작가들의 얼굴도 차곡차곡 캔버스에 담아갈 예정이라고. 그가 사람에게서 받았던 온기와 영감 혹은 사람을 위해 소비했던 시간과 에너지는 결코 허투루 쓰이는 법이 없단 걸, 작가는 확신하는 듯하다.

    타인을 기억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로써, 명함 속의 이름과 직함으로, 혹은 첫 만남의 분위기와 표정으로. 윤기원 작가에게는 분명 얼굴로 기억될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 얼굴들을 쉬이 잊지 않기 위해서, 혹은 작가 자신의 얼굴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 온 이들의 가치를 보증하고, 애정과 긍지로서 그 얼굴들 하나하나를 보듬기 위해.